
24살, 인생 첫 알바 면접 후기
늦깎이 대학생
고등학교 3학년부터 약 5년간 다녔던 첫 직장을 그만두고, 대학생이 되었다.
짧게나마 경험한 대학생활은 기대 이상으로 즐거웠다. 회사를 다닐 때는 느낄 수 없었던 삶의 여유가 있었고, 오랜 시간 익숙함에 젖어 있던 내게 대학에서의 새로운 경험들은 하나하나 신선한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금전적인 부분에서는 확실히 여유가 사라졌다.
평소 큰 소비를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매달 고정 수입이 없다는 건 생각보다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처음 회사에 들어갔을 땐, 계속 직장생활을 할 줄 알았다. 그래서 내 인생에 알바 경험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살면서 알바 경험이 전혀 없는 건 너무 아쉬워, 취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토요일 새벽에 동대문에서 옷 포장 알바를 하루 해본 적이 있다. 그게 지금까지 내가 해본 유일한 알바 경험이다.
물론 그건 제대로 된 알바 경험이라고 하긴 어려웠다. 그래서 마음 한구석에는 카페나 편의점 같은, 누구나 한 번쯤 떠올리는 알바를 해보고 싶다는 로망이 있었다. 때마침 대학생이 된 지금, 그런 알바에 도전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알바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경력직만 뽑으면 신입은 어디서 경력 쌓나?
알바몬에서 열심히 알바를 찾아봤지만, 요일과 시간을 맞추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현재 20학점을 듣고 있어서 수업이 많기도 했고, 학교까지 왕복 3시간이 걸리다 보니 시간 맞추기가 더 어려웠다.
그나마 가능한 곳에 지원해 봤지만, 내가 하고 싶었던 카페 알바는 경력직만 뽑는 경향이 강해서 지원해도 연락조차 오지 않았다.

여덟 번째 지원 만에 드디어 '카페 이루'라는 곳에서 연락이 왔다. 면접을 보고 싶다고 했다.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가능하다고 답했고, 그날 저녁에 면접이 잡혔다.
알바 면접
카페는 집에서 도보로 15~20분 정도 걸리는 거리라 위치도 괜찮았다. 초행길이라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조금 일찍 도착했는데, 카페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매장은 이미 마감한 상태였고, 의자들도 모두 정리되어 있었다. 정리된 의자를 하나 꺼내 잠시 앉아 기다리고 있으니, 얼마 뒤 사장님이 들어오셨다.
면접은 간단하게 진행됐다.
내가 일하기로 한 토요일 10시 30분부터 12시 30분 외에도, 대타를 필요할 때 추가 근무가 가능한지 물어보셨다.
또한, 평소에 일을 완벽하게 하는 편인지 아니면 빨리빨리 쳐내는 편인지를 물어보셨다. 카페는 업무 특성상 손이 빨라야 하므로, 내가 어떤 스타일인지도 궁금해하셨다.
그 후, 카페 방침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커피를 쏟은 손님이 있으면 손님이 먼저 묻지 않아도 바로 새로 만들어드리고, 아이스를 핫으로 잘못 주문한 손님이 있으면 바로 바꿔드린다고 하셨다. 여럿이서 한잔을 주문해도 막지 않고 오히려 컵을 추가로 드릴지 물어본다고 하셨다. 커피 몇 잔을 아끼는 것보다 손님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장님의 마인드가 굉장히 좋다고 느꼈다.
복지 혜택으로 알바생들은 음료를 무제한 무료로 마실 수 있고,
만들어진 빵이나 쿠키 같은 제품은 50% 할인된 가격으로 먹을 수 있다고 하셨다.
토요일에는 커피를 종종 먹는 편이라 하루 커피값도 아낄 수 있어서 좋았다. ㅋㅋ
면접 결과는 다음 날 오전에 알려주신다고 하시며 면접이 끝났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합격 문자가 와 있었다.
(이제 나도 카페 알바생~ㅎㅎ)

첫 근무
출근 이틀 전에 카페 레시피를 공유받았는데, 양이 정말 많았다. 다 외워서 가고 싶었는데 도저히 외울 수 있는 분량이 아니어서 몇 번 훑어보고 출근했다.

출근 시간은 원래 10시 30분부터 12시 30분까지지만, 카페 알바 경험이 없고 배워야 할 게 많아서 첫 근무 날은 9시에 출근했다.
전날 약간 늦게 자는 바람에 아침에 시간이 촉박해서, 걸어가는 대신 버스를 타고 갔다.
걸어가면 높은 언덕을 올라가야 하는데, 버스를 타니 카페 바로 앞에서 하차했다.
(첫날부터 땀 흘릴 뻔했는데 좋은 선택이었다.)


출근을 하니 같이 근무하는 분이 캐비닛 열쇠와 위치를 알려주셨다. 유니폼은 반팔 티셔츠와 앞치마였는데, 겨울철에는 보통 앞치마만 착용한다고 하셨다. 예전에 드로잉 카페에 놀러 갔을 때 사용하던 앞치마였는데, 실제 카페에서 근무하려고 입으니 새로웠다.
처음 해보는 카페 일에 설렘 반, 긴장 반을 느끼며 근무공간으로 이동했다.
카페는 정말 바빴다. 물론 사람이 많아서 보조 근무자를 구한 거였겠지만, 정말 정신없었다.
손님이 없을 때 포스기 사용법, 원두 종류, 에스프레소 추출 방법 등을 배우고 몇 가지 음료도 직접 만들어봤다. 배우는 게 많아 정신 없었는데, 중간중간 손님들이 끊임없이 찾아와 일하다 배우기를 반복했다.
쉴 틈 없이 바쁘게 일하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금방 지났고, 어느새 퇴근 시간이었다.
첫날치고는 속성으로 배운 것들을 바로 잘 적용한 것 같았다. 바쁘게 돌아가는 매장에서 나름대로 빠르게 움직였고, 실제로 도움이 되는 느낌이라 뿌듯했다.
아침에 연습하느라 만들었던 바닐라 라떼를 한 손에 들고 퇴근했다.
일주일에 한 번 나가는 거라 부담도 덜하고 바쁘지만 일이 재밌었다.
카페 알바 첫 근무 완료!!
